얼음과 불의 나라로 불리는 아이슬란드. 신비로운 오로라부터 웅장한 폭포, 그리고 광활한 용암 지대까지, 이곳에서의 10일간의 여정은 마치 다른 행성을 여행하는 듯한 경험이었어요. 북대서양의 작은 섬나라이지만, 아이슬란드는 그 어떤 곳보다도 다채롭고 강렬한 자연의 모습을 품고 있었어요. 이번 포스팅에서는 제가 경험한 아이슬란드의 매력을 세 가지 테마로 나누어 소개해 볼게요.
끝없는 밤하늘의 춤, 오로라를 만나다
아이슬란드 여행을 계획하면서 가장 기대했던 것은 단연 오로라였어요. 9월부터 4월까지가 오로라를 볼 수 있는 최적의 시기라고 해서, 저는 2월 중순에 아이슬란드를 방문했어요. 레이캬비크에서의 첫날, 날씨 앱을 수시로 확인하며 오로라 출현 확률을 체크했어요. 오로라는 기상 조건에 매우 민감해서 맑은 날씨와 태양 활동이 활발한 날이 중요하다고 해요.
셋째 날 밤, 드디어 오로라 가능성이 높다는 알림을 받았어요. 서둘러 도시 외곽으로 나가 빛 공해가 적은 곳을 찾았어요. 씽벨리르 국립공원 근처의 어두운 지역에 도착한 후, 기다림이 시작되었어요. 추위에 떨며 기다리던 중, 밤 10시경 하늘에 희미한 녹색 빛이 나타나기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엷은 구름처럼 보이던 것이 점차 선명한 녹색으로 변하며 하늘을 수놓았어요.
카메라는 인간의 눈보다 민감해서 사진상으로는 더 선명하게 오로라가 담겼지만, 실제로 보는 오로라의 감동은 어떤 사진도 담아낼 수 없었어요. 밤하늘을 가로지르며 춤추는 녹색 빛의 향연은 말 그대로 숨이 멎는 경험이었어요. 때로는 보라색이 섞이기도 하고, 빠르게 움직이다가 서서히 사라지기도 하는 모습은 마치 살아있는 존재 같았어요.
오로라를 보기 위한 팁을 드리자면, 반드시 오로라 예보 앱을 다운로드하고 확률이 높은 날에 투어를 예약하거나 렌트카로 빛 공해가 적은 곳으로 이동하는 것을 추천해요. 또한 삼각대와 카메라 세팅(높은 ISO, 느린 셔터 스피드)을 미리 준비해두면 좋아요. 무엇보다 따뜻한 옷차림은 필수예요. 영하의 기온에서 몇 시간을 기다려야 할 수도 있으니까요.
자연의 경이로움, 빙하와 폭포의 왕국
아이슬란드는 '빙하의 나라'라는 별명이 어울릴 만큼 국토의 11%가 빙하로 덮여 있어요. 그중에서도 바트나요쿨(Vatnajökull) 국립공원의 빙하는 유럽에서 가장 큰 빙하로, 그 웅장함에 압도되었어요. 요쿨살론(Jökulsárlón) 빙하 호수에서는 푸른빛이 감도는 얼음 조각들이 바다로 흘러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어요. 마치 다이아몬드가 검은 모래사장 위에 흩뿌려진 것 같은 '다이아몬드 비치'는 사진작가들의 천국이었어요.
빙하 하이킹은 아이슬란드에서의 하이라이트였어요. 현지 가이드와 함께 솔헤이마요쿨(Sólheimajökull) 빙하를 오르며, 수천 년 동안 형성된 얼음 지형의 신비로움을 체험했어요. 크램폰(아이젠)을 신고 얼음 위를 걷는 것은 처음이라 긴장되었지만, 푸른빛이 감도는 얼음 동굴과 균열 사이로 흐르는 물소리는 잊을 수 없는 경험이었어요. 가이드는 빙하가 지구 온난화로 인해 매년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고 설명해주었는데, 이런 아름다움이 사라질 수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무거워졌어요.
아이슬란드의 또 다른 자랑은 수많은 폭포예요. 남부 해안을 따라 이어지는 골든 서클과 링로드를 달리다 보면 거의 30분마다 한 번씩 폭포를 만날 수 있었어요. 그중에서도 셀랴란즈포스(Seljalandsfoss)는 폭포 뒤로 걸어들어갈 수 있어 특별했어요. 폭포 뒤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마치 물의 커튼을 통해 세상을 보는 것 같았어요. 비가 오듯 쏟아지는 물방울에 온몸이 젖었지만, 그 시원함과 웅장함에 미소 짓게 되었어요.
스코가포스(Skógafoss)는 높이 60m, 폭 25m의 거대한 폭포로, 맑은 날에는 무지개가 항상 떠 있어 '무지개 폭포'라고도 불려요. 194개의 계단을 올라 폭포 정상에서 내려다본 전망은 숨이 멎을 정도로 아름다웠어요.
골든 서클의 굴포스(Gullfoss)는 '황금 폭포'라는 이름에 걸맞게 태양이 비칠 때 황금빛으로 빛나는 장관을 연출해요. 2단으로 떨어지는 물줄기가 만들어내는 웅장한 소리와 물안개는 자연의 힘을 느끼게 했어요.
불의 대지를 걷다, 지열 지대와 화산 탐험
아이슬란드는 지구상에서 가장 활발한 화산 활동을 보이는 나라 중 하나예요. 북미판과 유라시아판이 만나는 지점에 위치해 있어, 지열 활동이 매우 활발해요. 레이캬비크에서 차로 약 40분 거리에 있는 레이카네스 반도(Reykjanes Peninsula)의 크리수비크(Krýsuvík) 지열 지대는 마치 외계 행성의 풍경 같았어요.
끓어오르는 진흙 웅덩이와 증기가 뿜어져 나오는 구멍들, 그리고 노랗고 붉은 색으로 물든 대지는 강렬한 유황 냄새와 함께 지구의 내부 에너지를 직접 느끼게 해주었어요. 지정된 나무 데크를 따라 걸으며 안전하게 구경할 수 있었지만, 데크를 벗어나면 위험하다는 경고가 곳곳에 있었어요. 실제로 지면 바로 아래는 끓는 물이 흐르고 있어 발을 잘못 디디면 화상을 입을 수 있다고 해요.
아이슬란드 사람들은 이런 지열 에너지를 잘 활용하고 있었어요. 레이캬비크의 거의 모든 건물은 지열로 난방을 하고, 전기의 상당 부분도 지열 발전으로 생산한다고 해요. 덕분에 깨끗한 환경과 함께 에너지 비용도 저렴하다고 하니 부러웠어요.
블루라군(Blue Lagoon)은 아이슬란드 여행의 마무리로 완벽한 곳이었어요. 레이캬네스 반도의 검은 용암 지대 한가운데 위치한 이 지열 온천은 뿌연 하늘색 물이 특징이에요. 온천물은 피부에 좋은 실리카, 알게, 미네랄 등이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다고 해요. 영하의 기온 속에서 40도의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고 바라본 설경은 천국이 따로 없었어요. 입장료가 비싼 편이지만(약 8만원), 아이슬란드의 독특한 경험을 위해 충분히 지불할 가치가 있었어요.
화산 투어도 잊을 수 없는 경험이었어요. 헬가펠(Helgafell) 화산까지 하이킹을 하며 비교적 최근에 형성된 용암 지대를 걸었어요. 가이드는 아이슬란드의 화산 역사와 함께 2021년과 2023년에 있었던 화산 폭발에 대해 상세히 설명해주었어요. 검은 용암 위에 자라기 시작한 이끼들이 생명의 강인함을 보여주는 듯했어요.
아이슬란드는 자연이 얼마나 아름답고 강력한지를 온몸으로 느끼게 해주는 곳이었어요. 한국과는 너무나 다른 풍경과 문화, 그리고 자연 환경이 새로운 시각을 갖게 해주었어요. 여행 경비가 비싼 편이지만(10일간 약 400만원), 그 어떤 여행지와도 비교할 수 없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해준 아이슬란드는 제 인생 최고의 여행지로 남을 것 같아요.
여행 팁을 몇 가지 드리자면, 겨울철 방문 시 방한복과 방수 재킷, 방수 등산화는 필수예요. 또한 렌트카를 이용한다면 4륜구동 차량을 선택하고, 겨울 타이어가 장착되어 있는지 확인하세요. 식비를 절약하려면 숙소에서 조리 가능한 곳을 선택하고 현지 마트에서 식재료를 구입하는 것이 좋아요. 마지막으로, 여행 일정은 여유롭게 잡는 것을 추천해요. 기상 조건이 갑자기 바뀌어 계획이 틀어질 수 있기 때문이죠.
아이슬란드는 계절마다 다른 매력을 가진 나라예요. 겨울에는 오로라와 눈 덮인 풍경, 여름에는 백야와 푸른 초원을 즐길 수 있어요. 언젠가 다시 방문한다면, 이번에는 여름의 아이슬란드를 경험해보고 싶어요. 아이슬란드는 분명 한 번의 방문으로는 모든 것을 경험할 수 없는, 다시 찾고 싶은 매력적인 나라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