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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 문화 속으로: 와인, 음식, 그리고 사람들

by bktravel 2025. 5. 14.

안녕하세요, 여러분! 아르헨티나 여행기의 마지막 편인 3편으로 돌아왔어요. 지난 글들에서는 탱고의 도시 부에노스아이레스와 경이로운 자연 경관에 대해 소개했는데요. 이번 편에서는 제가 가장 기억에 남는 아르헨티나의 문화적 경험들을 나누려고 해요. 와인부터 음식, 그리고 현지인들과의 소중한 만남까지! 아르헨티나의 진짜 일상과 문화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볼까요?

멘도사에서 즐긴 와이너리 투어와 마음에 드는 와인들
멘도사에서 즐긴 와이너리 투어와 마음에 드는 와인들


멘도사에서 즐긴 와이너리 투어와 마음에 드는 와인들


아르헨티나 여행의 마지막 목적지는 와인의 도시 '멘도사'였어요. 안데스 산맥 기슭에 위치한 이 도시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말벡 와인의 본고장이랍니다. 멘도사에 도착하자마자 느껴지는 분위기가 달랐어요. 여유롭고 평화로운 도시 풍경과 멀리 보이는 안데스 산맥이 어우러져 마치 유럽의 어느 와인 산지에 온 것 같은 느낌이었어요.
첫날은 시내에서 가장 가까운 루한 데 쿠요(Luján de Cuyo) 지역의 와이너리들을 투어했어요. 렌터카를 빌려 직접 운전해 갔는데, 포도밭이 끝없이 펼쳐진 풍경이 정말 아름다웠어요. 처음 방문한 곳은 '카티나 자파타(Catena Zapata)'라는 와이너리였는데, 마야 문명의 피라미드를 연상시키는 독특한 건물 디자인이 인상적이었어요. 이곳에서 아르헨티나 와인의 역사와 말벡 포도가 이 지역에서 특별한 이유를 배웠답니다. 안데스 산맥에서 내려오는 깨끗한 물과 높은 고도, 그리고 풍부한 일조량이 최고의 와인을 만드는 비결이라고 해요.
와인 테이스팅은 정말 색다른 경험이었어요. 전문가의 안내에 따라 와인의 색깔, 향기, 맛을 차례로 느껴보니 같은 말벡이라도 와이너리마다, 심지어 같은 와이너리 내에서도 포도밭의 위치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특히 '카티나 자파타'의 '알타' 시리즈 말벡은 정말 맛있어서 몇 병 구입했답니다.
다음 날은 좀 더 모험적인 코스를 선택해 '우코 밸리(Uco Valley)'로 향했어요. 멘도사 시내에서 약 1시간 반 정도 떨어진 이곳은 더 높은 고도에 위치해 있어 최근 프리미엄 와인 생산지로 주목받고 있다고 해요. '살렌타인(Salentein)'과 '오 푸르니에(O. Fournier)' 와이너리를 방문했는데, 현대적인 건축미와 웅장한 와인 저장고가 인상적이었어요. 특히 '살렌타인'의 레스토랑에서 즐긴 점심은 최고였어요. 창밖으로 보이는 안데스 산맥을 배경으로, 현지 소고기 요리와 와인을 페어링해서 먹었는데 그 맛이 아직도 생생해요!
와이너리 투어를 통해 와인에 대한 지식도 많이 얻었지만,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건 포도밭 농부부터 와인메이커까지 모든 이들이 자신의 일에 대한 자부심과 열정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었어요. 어떤 와인메이커는 "와인은 단순한 음료가 아니라 이 땅의 이야기를 담은 액체"라고 말했는데, 그 말이 계속 머릿속에 맴돌았어요.


아르헨티나 음식 문화: 아사도부터 마테차까지


아르헨티나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아사도(Asado)'예요! 한국의 바비큐와 비슷하지만, 훨씬 더 의식적이고 사회적인 의미를 가진 문화라는 걸 알게 되었어요. 멘도사에서 만난 현지인 친구 파블로의 집에 초대받아 진짜 가정식 아사도를 경험할 수 있었어요.
아사도는 단순히 고기를 굽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의식'에 가까웠어요. 파블로의 아버지가 '아사도르(고기를 굽는 사람)'로서 모든 과정을 진행했는데, 불을 피우는 것부터 고기를 굽는 타이밍까지 모든 것이 정교했어요. 특히 고기를 굽는 파릴라(그릴)는 가족마다 자랑거리라고 해요. 이날 구운 소고기 부위는 '바시오(vacio)', '초리소(chorizo)', '모르실라(morcilla)' 등 다양했는데, 모두 소금만으로 간을 해서 고기 본연의 맛을 살린 것이 인상적이었어요. 물론 치미추리 소스를 곁들이니 더 맛있었지만요!
아사도를 먹으며 가장 놀란 점은 고기를 먹는 양이었어요. 한국에서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고기를 먹는데, 파블로는 이것이 아르헨티나 사람들이 건강한 비결이라며 웃었답니다. 식사 중간중간 마시는 와인도 빠질 수 없는 요소였고, 식사 후에는 디저트로 달콤한 '돌세 데 레체(dulce de leche)'를 바른 팬케이크를 먹었어요.
또 다른 아르헨티나의 독특한 음식 문화는 '마테차(Mate tea)'예요. 처음에는 쓴맛 때문에 적응이 안 됐지만, 여행이 끝날 무렵에는 저도 마테차의 매력에 푹 빠졌답니다. 특히 마테차를 마시는 방식이 인상적이었어요. 하나의 컵(마테)과 빨대(봄비야)를 여러 사람이 돌려가며 마시는 것이 사회적 유대감을 형성하는 중요한 문화라고 해요. 공원에서, 사무실에서, 심지어 운전 중에도 아르헨티나 사람들은 항상 마테를 가지고 다녔어요.
부에노스아이레스로 돌아오는 길에 들른 작은 마을 '산 안토니오 데 아레코'에서는 전통 과자인 '알파호레스(Alfajores)'를 만드는 법도 배웠어요. 두 개의 쿠키 사이에 돌세 데 레체를 넣고 코코넛 가루를 뿌린 이 과자는 정말 달콤하고 맛있었어요. 현지 할머니가 알려주신 레시피로 한국에 돌아와서도 만들어 먹고 있답니다!


현지인과의 교류로 알게 된 진짜 아르헨티나


여행의 마지막 날들은 다시 부에노스아이레스로 돌아와 현지인 친구들과 보냈어요. 여행 초반에 탱고 클래스에서 만난 마리아와 그녀의 친구들이 도시의 숨겨진 명소들을 소개해 주었어요. 특히 '푸에르토 마데로' 지구의 새로운 발전상과 '팔레르모 할리우드'의 힙한 카페들, 그리고 현지인들만 간다는 '밀롱가(탱고 댄스홀)'까지 구석구석 안내해 주었답니다.
마리아의 대학 친구인 하비에르는 아르헨티나의 복잡한 정치와 경제 상황에 대해 이야기해 주었어요. 아르헨티나가 풍부한 자원과 인재를 가진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이유, 그리고 그럼에도 낙관적인 태도를 잃지 않는 아르헨티나 사람들의 회복력에 대해 배울 수 있었어요. 특히 인플레이션이 심한 상황에서도 문화와 예술에 대한 열정을 잃지 않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또한 아르헨티나 사람들의 정서적인 개방성과 따뜻함도 느낄 수 있었어요. 처음 만난 사람에게도 '아미고(친구)'라고 부르며 포옹과 볼 뽀뽀로 인사하는 문화, 그리고 대화 중에 자연스럽게 신체 접촉을 하는 친밀한 방식이 처음에는 낯설었지만 곧 편안해졌어요. 마리아는 이것이 이탈리아와 스페인 이민자들의 영향이라고 설명해 주었어요.
마지막 밤에는 마리아의 가족들과 함께 집에서 저녁을 먹었는데, 그녀의 할머니가 들려준 이민 이야기가 감동적이었어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이탈리아에서 배를 타고 아르헨티나로 온 이야기, 그리고 새로운 나라에서 삶을 일구며 문화적 정체성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들이 저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어요. 저도 제 가족의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 다른 대륙에서 온 우리가 이렇게 만나 교류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특별한지 느꼈답니다.
아르헨티나 사람들과 진정한 교류를 통해 관광 책자에는 나오지 않는 '진짜' 아르헨티나를 경험할 수 있었어요. 그들의 열정, 삶에 대한 태도, 그리고 낯선 이를 환대하는 마음은 제가 아르헨티나에서 가져온, 사진보다 더 소중한 기념품이 되었답니다.

3주간의 아르헨티나 여행을 마무리하며, 이 나라는 정말 다양한 얼굴을 가진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유럽적인 세련미를 간직한 도시부터 경이로운 자연 경관, 그리고 무엇보다 따뜻한 사람들까지... 아르헨티나는 단순한 여행지가 아니라, 제 인생에서 특별한 장소로 남게 되었어요.


여러분도 언젠가 아르헨티나를 방문하게 된다면, 유명한 관광지를 넘어 현지인들의 일상 속으로 들어가 보세요. 즉흥적인 탱고 공연을 즐기고, 길거리 카페에서 마테차를 마시며 시간을 보내고, 가정집의 아사도에 초대받아 보세요. 그때 비로소 진짜 아르헨티나의 영혼을 느낄 수 있을 거예요.


지금까지 세 편에 걸친 아르헨티나 여행기를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이 글이 여러분의 남미 여행에 작은 영감이 되었기를 바라며, 다음 여행기에서 또 다른 이야기로 찾아올게요. 아디오스, 아미고스! 다음에 만나요~